경향신문 월드비전 공동기획전

이준헌

6.19-7.01

~이준헌 6.19-7.01~

불의와 폭력에 침묵하지 않으려는

어른의 시선으로

I AM, 나는,

친구가 사라진 아이입니다.

가족을 읽은 아이입니다.

국적이 없는 아이입니다.

교실 밖 아이입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난민아이입니다.

월드비전이 보호하고 있는 난민 아동들의 현실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6천만 명이 넘는 난민이 있고, 난민의 절반이 아동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고, 친구를 잃고, 교실 담장과 나라 경계 밖으로 내몰린 아이들.

폭탄이 떨어지는 시리아에서 가족과 피난 도중 동생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샤이마, 여덟살 때부터 피난 생활을 전전하다 지금은 난민캠프에서 자라는 사라, 난민캠프에서 태어나 동물과 작물을 보지 못한 아흐마드,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검은색으로만 그리는 소년 하만.

세계 여러 지역의 취약한 아동과 가정,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글로벌 NGO 월드비전이 샤이마와 사라, 하만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I AM 캠페인>을 시작했다.

<I AM 캠페인>은 어른들의 싸움으로 영문도 모른 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배움의 기회를, 살 곳을 빼앗긴 난민 어린이들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이들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다. 힘없는 아이들 앞에 놓인 불의와 폭력에 침묵하지 않으려는 어른들을 위한 운동이기도 하다.

2018년부터, 월드비전은 <I AM 캠페인> 운동을 통해 요르단 ‘아즈락 난민캠프’에 단 하나뿐인 유치원을 세웠고, 축구장을 만들어 아이들이 안심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드라마,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수업으로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다독였고 기술교육으로 자립심을 길러주려 노력했다. 우간다로 넘어 온 남수단 난민 12만 명이 머무는 ‘임페비 난민캠프’에서는 보호자 없는 아동들을 다른 난민 가정에 연결하는 ‘양육가정’제도를 비롯해, 노래를 부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어린이다운 일상을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아동 친화 공간(CFS·Child Friendly Space)’을 운영 중이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월드비전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수많은 어른들의 덕에 이룰 수 있었던 일이다.

사진전 <I AM, 나를 희망한다>는 우간다와 요르단의 난민캠프를 눈앞의 현장인 듯 옮겨 온 전시이다. 월드비전과 경향신문의 공동기획으로, 경향신문 사진부 김영민, 이준헌 기자가 각각 두 나라의 대표적인 난민캠프의 일상을 기록했다.

“전시를 보실 분들이 난민을 그저 쳐다보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주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도 한때는 난민이었습니다.” 수많은 기록사진 중에서도 난민 아동들과 눈맞춤을 한 사진들을 중심으로 셀렉한 김영민 기자의 말이다.

파편화된 풍경 밖에는 그릴 줄 모르는 난민 아동들의 그림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난민 부모들의 상황까지를 다각도로 담아 낸 이준헌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고 지금 형편이 좀 어려운 것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기자로서 포착한 보도사진의 적확성과 더불어, 기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의 시선이 서로 다른 두 사진가의 사진 속에 공통되이 어우러져 있다.

사진전 외에도 월드비전의 <I AM 캠페인>을 이해하고 관람객들이 자신에게 맞는 역할과 활동 영역을 찾아볼 수 있는 전시가 함께 열린다. 마치 두 사람의 대화처럼, 2관의 사진전이 ‘분쟁피해지역을 말하는 나’라면, 영상과 설치 중심의 전시 1관은 ‘분쟁피해지역에 답하는 나’이다.

우간다와 요르단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일제침략과 한국전쟁이라는 멀지 않은 근대사 속에 난민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에게 두 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속되는 난민과 아동들의 현실은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난민’ 이라는 원치 않은 수식을 얻은 아이들, 이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고통 받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은 어떤 ‘나’여야 할까. 전시 제목에 그 답이 있다.

I AM ‘나를 희망한다

 

월드비전 분쟁피해지역 아동보호 I AM 캠페인

I AM 캠페인은 이유도 모른 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을 습격한 비극에 맞서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I AM VOICE MAKER

분쟁피해지역과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보호를 위한 서명

I AM SOCIAL MAKER

분쟁피해지역 아동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상처 입은 곰의 오늘을 SNS에 공유

I AM CHANGE MAKER

난민 아동을 위한 긴급구호사업 후원

 

사진가 소개

김영민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 후반 대학에서 유럽사를 공부했다. 사회의 일원으로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신문사에 사진기자로 입사했다. 불러주는 데가 딱히 없어 한 직장에 20년 넘게 다니고 있다. 아직까지도 마음에 드는 사진은 찍지 못했다. 10여 년 전 만났던 미얀마 난민 네 툰 나잉에게 이 전시를 보여주고 싶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힘썼던 그는 한국으로 망명해 40대의 나이로 죽었다.

이준헌

경향신문 사진부 기자.

 

작업노트

김영민

난민 포르노는 찍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모금 활동 위해 TV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영상들 때문에 난민하면 떠오르는 불쌍한 난민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박혀 있는 것 같다. 난민 이미지가 넘쳐 난다고 사람들은 주장하지만, 난민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한국에서 찾기 어렵다. 출장 준비하면서 지난 1년간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 배포된 난민관련 사진을 찾아보았다. 지난해 주요 뉴스로 다뤄졌던 시리아와 로힝야 난민에 대한 이미지는 많았다. 하지만, 우간다의 남 수단 난민에 대한 사진은 많지 않았다. 취재 가능한 3일간 볼 수 있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자는 마음으로 아프리카로 출발했다.

“전시를 보실 분들이 난민을 그저 쳐다보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주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도 한때는 난민이었습니다. 일제의 학정을 피해 만주로 간도로 상해로 떠난 사람들. 6‧25 때 고향을 떠나 가족과 이별해야 했던 사람들도 난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준헌

난민촌에서 마주친 아이들은 모두가 천진난만했다.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 보다 호기심이 더 많은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미술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의 그림에선 해맑은 천진난만함을 찾을 수 없었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봤다. 선생님은 아이들 스스로가 사는 곳을 그린 그림이라 말했다. 하지만 내 눈에 그것은 그저 파편이었다. 집으로 추정되는 그림 하나만 있었을 뿐 파편들의 집합으로만 보였다. 그날의 수업은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대부분이 애벌레, 곰, 아이들, 개, 코끼리, 나비, 고양이, 뱀 등 살아있는 무엇을 그렸고 집과 축구공도 있었다. 젓도 못 땐 아기 때 부모 품에 안겨 시리아를 탈출했거나 이곳 난민촌에서 태어난 5, 6살 이 아이들은 개를 제외하곤 살아있는 동물을 본 적이 없다. 모든 동물을 그림과 사진으로만 배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그림 속 동물들 역시 일부분만 그려진 파편들이었다. 지금 사는 곳은 사방을 둘러봐도 황무지. 그곳에서도 울타리 안에 살고 있다. 모래와 흙이 아닌 다른 것을 밟을 수 있는 것은 임시 건물로 된 집과 유치원 아니면 축구장 절반만 한 크기의 인조 잔디 운동장뿐이다.

난민 어른들의 삶은 더 팍팍했다. 난민촌 밖으로 나갈 수도 없지만 나간다 해도 황무지로 둘러싸인 난민촌에서 가까운 도시가 차로 한 시간 거리니 나갈 이유도 없다. 몇만 명의 난민 중 극히 일부만이 공공시설에서의 근로가 허용됐다. 남자들은 쓰레기 재활용 센터에서 일했고 여자들은 식료품 가공시설에서 일했다..

난민촌에서의 생활을 거부하고 요르단 수도인 암만에서 거주 중인 난민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르단 정부로부터 일할 수 있는 허가는 드물게 나오고 그마저 6개월마다 바뀐다. 한 집의 식구는 6~7명이 넘는다. 어떤 난민들은 불법으로 일하며 터무니없는 저임금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난민 관광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7년 넘게 이어지는 전쟁에 목숨 걸고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을 며칠 만났던 것으로 그들의 삶을 논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고 지금 형편이 좀 어려운 것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전시작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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