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훈, 설소영 사진전 -당신의 세부아노 Cebuano

권양훈, 설소영

3.27-4.01

~권양훈, 설소영 3.27-4.01~

‘세부Cebu의 세부detail를 들여다보는 재미’

빗방울과 함께 땅에 떨어진 붉은 꽃잎, 꽃잎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붉고 큰 우산, 우산을 접고 집안으로 들어서려는 여인, 그 여인의 찰나. 파란 외벽과 노란 문의 점포, 파란 외벽 선반에 걸린 노란 바나나, 바나나의 곡선처럼 웃음 짓는 사내.

세부(Cebu)에서 부부 사진가 권양훈과 설소영의 눈길을 끈 것들이다. 필리핀의 휴양섬 세부. 휴양지로 잘 알려진 그곳에서 부부는 푸르른 하늘과 파도가 넘실거리는 청록빛 바다를 마주했다. 마젤란 십자가와 산토리뇨 성당의 아름다움도 보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길과 마음을 끈 것은 ‘사람과 삶의 자리’였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사진에서조차, 이를테면 빨래가 촘촘히 널려있는 발코니의 풍경 속에도 그 옷들의 주인인 사람들이, 그들의 삶이 읽힌다.

풍경을 훑는 여행자의 시선이었다면 쉬이 눈길 주지 않았을 세부와 세부 사람들(세부아노 Cebuano)의 사소한 일상의 모습들을 사진에 담은 것이다. 너무 생생하여 사진으로나마 남기지 않으면 달아나 버릴 순간들이기도 했다.

권양훈은 대상의 생동감을 놓치지 않고 프레임 안으로 끌어왔다. 그의 사진들은 세부의 소리와 온도까지를 품고 있다. “나는 그 곳에서 어린 시절을 만나는 친숙한 듯 신기한 시간 여행자가 되었다.”는 그의 말처럼, 작가는 곳곳에서 과거의 자신과 조우했고, 그때마다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자신과 닮은 이들의 웃음, 표정, 걸음걸이 하나까지 선명하게 사진에 담은 것이다.

설소영은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있는 자리를 기록했다. 곳곳에 살뜰한 손길이 닿아있고, 향기가 배어 있어 그 자리를 마주하기만 해도 세부와 세부아노들의 삶이 온전히 전해져왔다. 작가는 “파란 하늘 위를 나는 색색의 빨래들, 안녕을 기원하는 신앙의 오브제들, 마을의 취향이 담긴 소박한 담벼락들”을 사진으로 수집한 것이다. 그의 사진 속 다양한 사물들과 장소는 나직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하다.

권양훈의 사진이 직유법이라면, 설소영의 사진은 은유법이다. 나란히 놓인 두 작가의 사진은 시선은 다르나 서로 어긋나지 않고 어우러지며 세부를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평론의 말을 빌자면 “세부Cebu 사진의 세부detail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관람객에게 균형 잡힌 시각언어로 제공한다.” 그리고는 묻는다. 당신에게도 이런 세부가 있는지, 그렇다면 당신의 세부는 어떤가 하고.

#3 권양훈. 37×56cm. Inkjet print. 2017

#4 권양훈. 37×56cm. Inkjet print. 2017

#5 설소영. 37×56cm. Inkjet print. 2017

#6 설소영. 37×56cm. Inkjet print. 2017

#7 설소영. 37×56cm. Inkjet print. 2017

 

권양훈  Kwon Yang Hun
설소영  Seol So Young

함께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부부 사진가다. 두 사람이 각자 살아 온 과거의 경험을 씨줄과 날줄 삼아, 둘이 함께 현재의 시공간에서 의미와 흥미를 지닌 사진을 직조하려 한다. 그렇게 짜여진 직물 같은 사진이, 다른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매개가 되길 또한 바란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부 둘이 카메라를 품고 다닌다.

Cebu(세부) 이면에 숨겨져 있는 모습들을 프레임에 담고 싶었다.
누구나 떠올리는 맑고 푸른 하늘과 유리알 같은 바닷가의 Cebu가 아닌 날것의 그곳.
홍보이미지의 가림막을 열고 감추어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 생활 속으로 한발 두발 더 가까이 들어가 보았다. 치안상태가 불안전한 지역의 촬영이라 많은 주의와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모습에 빠져드는 블랙홀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 곳에서 어린 시절을 만나는 친숙한 듯 신기한 시간 여행자가 되었다. 카메라를 든 지금의 나는 사라졌다. 마주한 여러 장면에서 잊었던 기억 속 소년 ‘나’. 그때는 미쳐 세심히 보지 못했던 주변을 경험하는 착각은 경의의 시간이었다.
내가 만났던 그 곳의 사람들이 나의 유년기보다 더욱 행복한 성장기를 보내길 바라본다.

권양훈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추억 속 나의 유년기 모습들이었다.
학교가기 싫은 아침에 깨던 옆집 닭울음소리,
햇빛 좋은 일요일에 빨래하던 우리네 엄마
이젠 공장으로 닭들은 사라졌고,
빛은 미세 먼지에 소멸하였다.
세부(Cebu)에서 내가 보았던
그들의 생활이 담긴 공간 미학은
70년대 우리의 모습을 보듬어 안는다.
반전의 끝, 날지 못하는 새
그들을 위한 노래이며
파란 하늘 위를 나는 색색의 빨래들
안녕을 기원하는 신앙의 오브제들
마을의 취향이 담긴 소박한 담벼락들
그리고 그사이를 채우는 하루 일과의 흔적들
많은 것들이 나를
위로하는 익숙한 음악처럼 다가온다.

설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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