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철 사진전 – 흔적에 길을 묻다

박노철

2017.7.04-2017.7.09

~2017.7.04-2017.7.09~

태백의 옛 시절이 흘리는, 풍경의 누액

“1960년대 들어서면서 이곳 태백은 숯 검댕으로 변했지요. 이 근처에 크고 작은 광산이 마흔다섯 개가 있었고 황지와 장성을 합해 시로 만든 1981년에 태백 인구가 13만 명쯤이었다고 해요. 유흥업소가 500곳이 넘었을 정도로 흥청거렸는데 그 좋았던 시절이 한 10년이나 갔는가.”(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태백. 오랫동안 그 땅의 광업소에서 나온 검정 황금은 한국 경제 성장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나가던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했던 태백의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광산은 이미 수십 년 전 문을 닫았고, 광산에 기대어 살던 많은 사람이 떠나갔다.

광업소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떠나간 빈자리를 보듬어 안고 그 터에 나무와 풀, 꽃을 키우며 묵묵히 일한 것은 자연이었다. 그리하여 어느새 ‘자연스러운’ 풍경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 자연스러운 산과 숲 사이로 자연의 색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희거나 창백한 푸른 물이, 붉은 물이 풍경을 가로질렀다. 남겨진 폐광에서 비롯된 백화현상과 황변현상 때문이었다.

마치 지나간 시절이 남긴 생채기이거나 아직도 흘리고 있는 누액처럼 보이는 그것들은, 태백에 사는 사진가 박노철의 시선을 아프게 했다. 박노철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 생채기를, 누액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자연이 그랬듯 묵묵하고 꾸준하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한때 활발하고 융성했던 광산이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분주했던 좋은 날들은 기록되었지만, 그 이후 시간들에 대해서는 미처 기록되지 못했다. 박노철은 그것을 고발하거나 미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진가 최광호가 그의 사진을 보고 “(박노철의 사진에서는) 박노철이란 사람이 사진기를 들고 땀 흘리며 노력한 그 발걸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태백 곳곳에 폐광 흔적을 몇 번이고 찾아 오랜 시간동안 사진을 찍었다. 사진가이기 이전에 태백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 땅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노철의 수많은 걸음은 사진집과 전시 <흔적에 길을 묻다>로 묶인다. 그는 이번 사진집과 전시가 완성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작업을 본 이들이 태백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함께 더 나은 지점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길 바란다. 그래서 제목이 ‘흔적에 길을 묻다’ 다. 비단 지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하여 한 시대의 부흥이 남긴 잔재를 정리해나가기를. 그가 사진을 찍는 이유이다.

<흔적에 길을 묻다>展은 7월 4일부터 7월 9일까지 서울 갤러리 류가헌에서 7월 4일부터 7월 9일까지 그리고 7월15일부터 7월18일까지 태백 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가소개

박노철 Park Nohcheol

1983 대학 학보사진부 활동
1995 동아국제사진제 입상, 동아일보
2004「강원의 산하」작가 초대전 참여, 강원도민일보
2010 제9회 동강국제사진제「강원도 사진가 초대전」 참여, 동강사진박물관
2011 제10회 동강국제사진제「강원도 사진가 초대전」 참여, 동강사진박물관
2013 철암 다큐사진 전시 및 작품기증. 한국근대문화유산 철암역 태백 철암탄광 역사촌 아트하우스
2014 제2회 한국(강원도) / 일본(도토리 현) 국제교류종합미술전 사진부문 참여
2015「율&결, a Rate & a Grain」박노철,박종호 2인사진전,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아트하우스
2016 개인전, Nature et Etage 기획초대전,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아트하우스
2016「흐르는 땅 태백」오픈 스튜디오 Residency 사진전,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아트하우스
2017 개인전, 폐광「흔적에 길을 묻다」(사진집 발간 및 전시), 류가헌, 서울 / 태백 문화예술회관

연락처
– 작업실 : 26005 태백시 외솔배기길 62
– 전 화 : 010-6434-0846
– 전자우편 : sps2204@naver.com

 

작업노트

폐광의 흔적에 길을 묻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삶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며 또한 삶은 무한(infinite)한 것이 아니라 유한(limited)하기에 그래서 삶은 소중하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적 삶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영원한 삶은 차라리 고통스럽고 지루한 지옥과 같을 테니까. 이 세계 자연에서 유일 하고 유한한 존재인 나는 순간순간 매일매일을 아끼며 온 정력과 힘을 다해 남은 생을 살아가려고 애를 쓴다. 두려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점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죽음 이후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폐광이 남긴 흔적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많은 이들이 지난날 나라경제의 중심지로 폐광지역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현재는 경제의 중심도 아니요, 인구마저 빠져나가는 위기의 도시들이다. 국내외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제 폐광지역은 쾌적한 환경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 산업을 거치지 않고서는 새로운 발전이 요원하다. 지역 구성원으로서 문화인이 담당할 수 있는 몫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역 사진가로서 사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소통, 사회적 가치, 그리고 폐광지역이라는 열패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한계 극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그동안 사진 작업을 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폐광지역의 산하는 과거의 풍요롭고 상쾌한 자연만 향유해 온 심미안적 아름다운 산과 계곡 이면엔 불편한 진실도 있다는 것을 사진가의 눈으로, 성찰의 마음으로 품어 내고자 했다. 사진을 통하여 친환경적 생태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도 없지 않다.

미술에서의 자율적인 창작능력이나 상상력 발휘 같은 예술을 지향하기보다는 자연 다큐 속에 나타난 사회 환경적 문제와 현상의 전후 관계를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며 집단지성적 사고와 성찰의 마음과 눈으로 기억해 보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사진이 너무 미적 가치로만 분류되는 것을 거부하며 또한 사회고발적 가치로 분류되는 것도 거부한다.

광산은 사라져 가지만, 그곳에 아직도 흐르고 있는 희고 붉은 폐광수는 분주했던 옛 탄광촌의 영화를 말해 주는 것 같다. 산맥 골골 깊은 곳, 옛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붉고 흰 폐광수는 그 옛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광부들의 애환이 깃든 피눈물일 수 있다. 캄캄한 막장 광부들의 거친 숨소리. 지금도 묵묵히 흐르고 있는 황변현상과 백화현상을 끌어안고 있는 산과 계곡을 우리가 보듬어야 한다. 그나마 환경 복원사업의 노력으로 일부 회복되어 가고는 있다. 하지만 일부 아직도 외면받는 폐광의 잔재들은 차고 넘친다. 나는 좀 더 가까이에서 그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할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발전 방향 제시는 반드시 이 지점을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자연친화적이 우선되어지는 비판적이며 합리적인 담론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 더 나아가서는 이 담론은 지역의 목소리로 멈추지 않고 이 사회가 고민해야할 것이다.

나라 전체가 노령화되고 생산 위주의 발전으로 환경의 가치는 미미해지고 있다. 그것을 미리 겪고 있는 폐광지역이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난다면 분명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무분별한 폐광의 상처로 인한 이곳의 강과 하천의 주목되지 않는 흔적의 이면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생태적 삶의 길을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자 함이다. 또한 합리적 비판적 수용도 함께 고민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돌아보고 빠르게 변화해 가는 지역의 문화와 환경이 쾌적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어떤 최선의 가치를 나 혼자 만이 아닌 집단지성적 사고의 지혜로 소통하여 열어 보고자 한다. 공자에게서 인을 배우고 부처에게서 자비를 예수님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지키듯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것은 인류생존을 위한 의무이다. 자연은 한번 잘못 건드려 놓으면 완전 복원되는 데 100년이 걸릴 수 있다. 자연이 없으면 우리도 없는 것,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는 것. 지금 이 폐광수 백화현상과 황변현상의 물은 다음 세대엔 새 생명으로 흐를 것이다. 폐광의 흔적 사진 전시는 완성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전시서문

박노철의 폐광 흔적에 길을 묻다!

최광호 사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높은 곳에 천혜자연의 보고에 살면서 사진 찍는 사람 박노철 님, 그리고 그 이름도 거룩하여 태백이라 하여 삼국시대부터 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살던 곳. 매년 10월 하늘이 열린 개천절에는 천제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하늘과 땅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 되기를 바라며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이 있는 땅. 해발 평균 700미터가 넘는 태백산 한가운데 성스러운 도시 태백시.

그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박노철 님도 산다. 옛날 태백은 그 깊고 높은 아름다운 오지에서 석탄이 발견되어 석탄과 더불어 발전한 석탄도시이 다. 그 석탄을 이유로 모여든 사람들과 함께 가꾸어진 도시. 박노철 님은 부산에서 다니던 대학학보사에서 잠시 사진과 인연이 된 후 태백에 이주하여 살면서 석탄산업의 변천에 따라 그의 사진도 인생도 함께 변한다.

나는 사진을 하면서 늘 고민한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작품일까?’ 하고, 내가 내린 답은 완성된 작품에서 내 자신이 느끼어지면 되었어 하고 안심한다. 그런데 나는 박노철 님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사진에서 풍기는 느낌이 사진가 박노철이란 사람이 사진기를 들고 땀 흘리며 노력한 그 발걸음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 가끔 놀라곤 한다. 사진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느끼어질 때, 나는 ‘그래, 그래 참 좋다!’라고 긍정하면서, 그 작가에게 다가가고 싶어진다. 바로 박노철 님 사진에서 느껴 오는 모습들이 단아하고 순박하고 꾸밈없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사진의 이미지에서 사진가 박노철이란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되어‘ 그래 좋은 사진이다!’라는 것이 박노철 님의 사진을 본 나의 첫 느낌이다. 현장 에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자연의 아파하는 상처를 대면할 때마다 그는 내 몸이 아프듯 다가와 그 흔적을 찾아 수없이 이산 저산 현장을 확인 해야만 했을 것이다.

우리의 자연이 폐광할 때, 아무렇게나 무자비하게 채굴한 흔적들이 수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의하여 폐광도시 잔재들이 병들어 가고 있는 황변현상과 백화현상 사진을 찍어 확인한 그 메시지 덕분에 이제는 폐광이란 도시가 깨끗하게 변해 가고는 있다.

사진은 대상을 찍는 것이다. 사진의 힘이다. 사진으로 세상을 바꾸며, 스스로의 삶도 아름답게 가꾸어 가며 사진으로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이제는 폐광지의 자연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며 세상이 정화되고 있다. 현장에서 자연이 인간에 의하여 병들어지는 지금 자신도 그것으로부터 무관하지 않음을 인식하며 곧 자신의 몸이 병들어 가듯 그 아픔을 철저하게 느끼며 폐광지의 불편한 현실을 사진으로 직시한다. 폐광지역으로부터 시작되는 서울의 젖줄인 한강의 발원지가, 부산의 젖줄인 낙동강의 발원지가 이제는 청정해져 가고 있는 것도 다 사진의 힘이요! 사진하는 박노철이란 한 사람의 사진가가 노력해 얻은 결과 이다.

박노철 님 사진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사진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고 자신의 삶도 가치 있어, 나이 들어감이 아름다운 사진인생. 사진은 현장 에서 대상을 찍으며 현장의 지금을 촬영하면서 지금을 흠뻑 느끼는 것. 그리고 현상과 인화의 과정을 통하여 사색하면서 마지막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한 장의 사진이 작품이 되어지는 과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박노철이란 한 사람의 메시지로 폐광지역의 자연이 아름답게 변해가듯 이, 박노철의 사진과 삶도 군더더기 없는 분명하고 심플한 단순명료함으로 인생의 깊이감을 느끼게 했다. 이와 같이 사진을 찍는 행위만을 벗어나 스스로를 자각하고 사색하며, 사진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고 있는 것을 그가 사진을 대하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사진으로 자연에게 용서를 빌 듯이 정중하게 그 피사체에 다가간다. 사진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가꾸고 사진으로 세상을 개혁하려는 박노철 님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그래서 그가 찍어 가는 사진들은 지금에서 미래를 꿈꾸는 희망이란 것이다. 자신의 딸 박봄슬이 살아가야 할 땅. 바닷가에 가면 모래 속에서 예쁜 조개를 줍듯이 한장 한장 예쁘고 곱게 찍힌 사진 속에서 그의 인품을 느끼게 한다.

그 사진적 인품이 그의 사진 속에 배어나서 ‘나는 사진하며 산다’라고 한다. 바로 사진가 박노철 님이 사진으로 세상을 가꾸고 사진으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진을 찍으며 사는 실천적 행동이 참 아름답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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