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 사진전 – a blink in a lifetime

박선주

2017.9.05-2017.9.10

~2017.9.05-2017.9.10~

풍경에서 소요하기, 사진으로 사유하기

‘시선이 날아가 꽂히는 그곳, 언어의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빛.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 덧없이 사라지는 순간들의 기록.’

사진가 박선주의 새로운 사진 시리즈 의 작업 노트 첫 부분이다. 이 문장들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자신의 눈길을 끈 그러나 언어로는 미처 포착할 수 없는 그 어떤 것, 그것들이 명멸하는 짧은 순간들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이라는 물질로서 순간들을 지속시켰다.

그녀의 시선을 끈 풍경들은, 그냥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간섭이나 흔적이 내재한 자연이다.
또한 그녀가 눈 여겨 보는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의 삶이나 숲에서 일어나는 현상 같은 것들이다.

숲 그림을 배경으로 꽂혀있는 백합 무더기, 무성한 초록 풀 사이에 놓여 붉은 보색이 생생하게 두드러지지만 그러나 시들어가는 중인 토마토, 풀을 깔고 앉은 바위…. 날 것의 자연이라기에는 어색한, 사람은 부재하지만 어딘가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진들이다.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호관련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로 연대하며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인간과 자연. 그 사이에서 셔터를 눌렀다.

시간의 흐름을 온몸에 품은 자연의 존재들과 마주하고 있으면, 그녀는 자신의 존재 역시 뚜렷해짐을 느꼈다. 셔터를 누를 때, 그 직감적인 감각과 떠오르는 사유는 흩어지거나 사라지는 대신 사진 안에 정주케 되었다.

이라는 제목처럼 ‘생의 한 순간’은 사진으로 지속된다. 카메라는 찰나를 포착할 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생각은 오랜 시간 남는 것이다. 그리하여 낱낱의 사진들은 한 데 모여 삶의 윤곽을 그린다.

사진가일 뿐만 아니라, 불문학자이자 철학도로서의 이력이 박선주에게 오랜 소요(逍遙)와 사유를 습으로 갖게 한 연유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는 자유롭게 걸으며 사색하기를 즐기고 ‘사진으로 사유하기’를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는 2009년 2013년 에 이은 네 번째 개인전이다.

박선주의 사진들은 전시와 책으로 묶여 9월 5일부터 10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작가소개

박선주 Park Sunjou

연세대학교 불문학과와 동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2009년 갤러리 룩스 2013년 갤러리 류가헌 서학동 사진관 초대전 2017년 갤러리 류가헌 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문래동 프로젝트 시청사 골목사진전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철학아카데미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도전과 혁신의 예술가들’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공동으로 엮은 책 , 옮긴 책으로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대담집 사진집으로 등이 있다.

 

작업노트

풍경을 생각하다.

시선이 날아가 꽂히는 그곳, 언어의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빛.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 덧없이 사라지는 순간들의 기록. 지속은 순간들의 연장이요 축적일 것이다. 물질이 된 이미지, 이미지가 된 물질. 불투명한 세계. 거기에 어떤 웅얼거림이 들리던가.

숲으로 간다. 무수한 잎사귀 제멋대로 반짝이고 부대낀다. 발걸음 멈추고 고요를 본다. 계곡의 물소리 들린다. 산중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애처로운 울음소리.

한 그루 나무를 바라보면서, 거대한 산맥을 횡단하면서, 불덩어리 뿜어내는 화산의 검은 돌 앞에서 나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한 동물에 불과하다. 내가 머문 장소의 모든 것들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휘감았던 바람의 부드러운 손길을 내 육체는 기억한다.

시선이 이끄는 풍경. 온 몸의 세포가 열리고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린다. 아직 이르지 못한 장소, 밝은 곶. 창공을 나는 새들을 찾아, 미지의 풍경을 찾아 떠난다.

낯선 땅에 발이 닿는 순간에 느끼는 황홀과 신비. 나를 맞이하던 광활한 대지의 빛과 침묵. 장소에는 서로 다른 침묵이 자리 잡고 있다. 풍경 속의 나무들, 돌, 공기, 강은 자신만의 침묵을 간직한다.

먼 바다에 바람이 인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단순하지 않다. 파도의 무수한 알갱이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몇 억 년의 세월을 거쳐 이곳에 도달했는지, 팔월의 백일홍이 피기까지 어떤 신비한 작용이 있었는지, 바람과 벌레들이 얼마나 무수히 드나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정오의 빛 아래 한줄기 여린 바람 지나가고, 바위에 내려앉은 뜨거운 햇빛.
내 안에 갇힌 낱말들, 내 안에 꿈틀거리는 낱말들, 내 안에 터지는 낱말들.

풍경과의 우연한 조우. 풍경은 사유를 강요한다. 한 그루 나무는 실재이고 은유이다. 나무는 우리를 유혹하고 끌어당기고 품는다. 소유될 수 없는 사물, 욕망될 수 없는 이미지. 내 의식과 현존을 일깨우는 풍경은 사물이 되고, 사물은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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