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전시지원29 정정숙 사진전 – 星州 성주

정정숙

2017.10.31-2017.11.05

~정정숙 2017.10.31-2017.11.05~

사적 기억(private memory)이 침묵되기 전에…

경상북도 성주(星州). 가야산이 높게 울타리를 두르고 있어 ‘오백년 전 고려의 유신들이 들어와 반촌을 이룬 이래로 역사에 큰 사건도 없었고 큰 변화도 없었다’고 기록된 곳이다.

그러한 성주가 최근 역사 이래 큰 사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예로부터 참외농사가 유명해 ‘성주’ 하면 ‘참외’였는데 이제는 내남없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사진가 정정숙의 고향은 바로 그 성주다. 언젠가 일을 다 놓고 나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성주는 곧 사드’라는 등식이 생기기 이전부터 성주를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빨래터나 정미소 같이 정든 곳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바뀌어가는 고향의 풍경을 사진과 글로라도 붙잡고 싶었던 때문이다. 고향 성주는 그녀가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자신만의 성소였다.

하지만 고향 성주를 따라서, 정정숙의 뷰 파인더도 변화를 맞고 말았다. 사드는 마을에 크고 작은 균열을 가져왔다. 당산나무 사이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플랜카드가 걸렸다. 돌담에도 마찬가지였다. 모여 앉아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 역시 사드로 바뀌었다.

일상과 비일상이 뒤섞인 풍경. 그런데 언뜻 보면 사드배치로 몸살을 앓는 성주의 ‘비일상성’이 두드러지지만, 자세히 보면 그 속에 삶의 터전으로서 본디 모습인 일상성이 드러난다. 성주를 고향으로 둔 사진가 정정숙의 지극한 시선이기에 가능한 대비다.

‘견고한 공식적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에게는 사적 기억(private memory)이 침묵되기 전에 사진으로 기록해서 기억의 매개물을 부지런히 수집하는 것이 절실했다. 성주가 꿈꾸었던 그 꿈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는 왜 말해지지 않았는지, 현재의 파편들을 모으고자 한 것이다.’

정정숙의 작업에 대한 사진평론가 최연하의 글처럼, 이후에 남아서 무언가를 증명할 가장 강력한 ‘기억의 매개물’이 사진이라고 믿기에 정정숙은 성주를, 사드가 가져온 성주의 변화를 부지런히 수집했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다시 계절이 한 바퀴 돌 때까지….그리고 2017년 9월 7일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었다.

정정숙이 지금까지 기록해온 고향 성주의 기록과 사드 이야기를 한 권의 사진집으로 엮은 <星州 성주>는 전시와 함께 서울 류가헌 갤러리에서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작가소개

정정숙 Jeong Jeongsuk

성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정숙은 고향 마을의 빨래터나 동네 정미소가 사라
지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부터 글을 적고 사진으로 남기는 습관이 생겼고 몇 년
전 남편이 선물한 카메라를 가지고 본격적인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재개발 이야기가 지속되고 있는 대구 비산동과 평리동 기록을 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 중의 한사람으로서
목격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하고 있는 중이다. 경남국제사진페스티벌과 인물탐구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 했고 사진기록연구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연락처 jjfriend3725@hanmail.net

 

작업노트

星州 – 별 고을 이야기

일을 다 놓고 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작업 공간 하나 마련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산소가 있고 사촌들이 살고 있는 별 고을 성주에.

그 곳에 사드가 들어온다고 했다. 작고 조용한 고향모습을 촬영하던
파인더에 사드이야기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소소한 성주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아름다운 풍경은
정치적 구호로 변해갔다.
이 모습을 냉정하게 기록하고 싶었으나 평정심을 유지한 채 작업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감정 소모가 많아 몸살을 여러 번 하기도 했다.

뜨겁고 혼란스러웠던 여름이 가고 또 한 번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여전히 아름다운
성주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책 소개

제 목 : 성주
발행인 : 이기명
발행처 : 사진예술
저 자 : 정정숙
발행일 : 2017.10.30
가 격 : 22,000원

 

서문

별 헤는 마을, 성주(星州)이야기

최연하(사진평론)

정정숙의 사진적 주체를 형성하는 기원의 자리는 바로 그의 고향인 경상북도 성주군이다. 그의 사진은 2016년 7월부터 시작된다. 아름답고 평화롭던 마을 위로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더니 이 작은 마을은 어느새 뉴스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순식간에 아수라가 되었고, 인근 대도시에 살고 있었던 그의 발길을 재촉했다. 하루라도 빨리 사진으로 기록을 해야 한다는 숙제를 스스로에게 주문했다. 일가친척들이 논밭을 일구며 살고 있는 그곳을 찍기란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다만 자신만의 척도를 찾거나 벼리려는 안간힘으로 사진 속의 인물들이 겪는 곤경을 세계와의 연관 속에서 좀더 객관화하려는 마음이 일었다. 짧은 삽화로 그치거나 추상화하면 안 될 일이었다. 왜냐면 그곳은 지금은 떠나 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반드시 돌아갈 곳이었기에, 허투루 촬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이번에 사진 책과 전시로 묶여 나오게 되었다. 별이 특별히 아름다운 마을, 성주(星州)의 이야기이다.

정정숙의 사진의 배경이자 주제는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이다. 대한민국 여느 땅이 다 그러하듯이 누대로부터 이어 온 포근하고 그림 같은 고향의 전형이다. 마을 어귀에는 당산나무가 있고, 조붓한 골목 사이로 햇빛 잘 드는 집들이 모여 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떨어진 별스런 그 일이 아니었다면, 달달한 참외의 속살 같은 이야기들이 성주(星州)라는 이름처럼 밤하늘의 별이 되어 총총 박혔을 곳이었다. 가야산의 청량한 기운과 부드러운 낙동강물이 만나 더없이 풍요로운 이 땅이 우리의 의지와 별개로 별들의 전쟁터(Star Wars)로 둔갑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2016년 7월 미국과 한국이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고 배치 지역을 발표한 후 부터이다. 하기야 조용하기만 한 우리네 마을들이 들끓었던 적이 한 둘이었겠는가. 드넓은 평야 대추리와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강정, 진귀한 갯벌의 매향리…의 사연들은 어떠했나. 아시아의 동쪽 끝, 토끼 혹은 호랑이라고 불리 우는, 그마저도 몸통이 잘려나간 이 작은 땅의 이야기는 구전되는 신화보다 쓰여 지기를 강요된 이야기로 넘쳐난다. 은폐의 적폐가 낳은, 필부필부는 도저히 헤아릴 길이 없는 거대한 시스템은 왠지 순조롭게 작동되고 있는 듯하다. 이 마을이 아니었다면 찾아보지도 않았을 ‘사드’라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사드’는 무엇인가. 사디즘(sadism)을 탄생시킨 백작 사드인가. 양차대전 이후에 생겨난 군사 신조어 중에서 이처럼 각인이 선명한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인 사드.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2017년 4월에 발사대 2기가 성주에 배치되고 2017년 9월 7일에 추가로 배치된 상황이다. 사드 배치를 두고 각계에서 다양한 논란과 쟁점이 일고 있지만 군사안보적 효용성 측면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그 외에도 국민적 이해와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조기 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인다. 또한 인체와 환경에 대한 안정성 문제는 배치 지역 주민들은 물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자욱한 미궁 속에서 장님 코끼리 더듬는 상황을 정정숙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시점은 성주가 사드 배치지역으로 공식화된 때로부터 현재까지이다.
정정숙은 지금-그곳 성주마을의 전경과 후경을 살핀다. 삶의 터전으로서의 성주와 사드배치로 몸살을 앓으며 일상이 무너진 성주를 오간다. 특별한 기교 없이, 과장 없이, 다소 심심하기도 한 사진들이다. 성주마을의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려는 사뭇 저널리스트로서의 묵직함도 보인다. 그런데 정정숙의 사진에서 눈이 아프도록 노려보아야 할 곳이 곳곳에 있다. 봄날의 환한 벚꽃과 초록대문을 열고 우두커니 서 있는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할머니, 하늘색 풍선을 가득 안은 어린아이와 함박눈이 내리는 날 무언가를 찾고 있는 노인들, 담벼락에 축 늘어진 시레기 등 일상 속 비일상적인 어긋남이 익숙한데 불편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하지만, 그곳 성주의 지금의 풍경을 오래된 시선으로 지극하게 바라 본 자의 사진이기에, 그의 사진을 계속 노려보아야 ‘익숙한 불편’을 알아챌 수 있다. 고향이 사라질지도 모를 상황에서 어떤 수사가 필요할까. 견고한 공식적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에게는 사적 기억(private memory)이 침묵되기 전에 사진으로 기록해서 기억의 매개물을 부지런히 수집하는 것이 절실했다. 성주가 꿈꾸었던 그 꿈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는 왜 말해지지 않았는지, 현재의 파편들을 모으고자 한 것이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되어 온 미사일 방어기술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는 ‘Star Wars’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동아시아의 스타워즈가 모든 세력(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이 교차하는 한반도의 작은 마을 성주가 시작점이라니 아이러닉하다. 동아시아에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사드 배치가 필요했던 것일까. 내 생각에 절대적이고 근본적 악은 모든 평화를 저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악의 척도로 기능하면서 정작 그 척도인 절대적 악은 측정될 수 없는 자리에 놓이는 역설이 있다. 별 헤는 마을 성주에서조차, ‘절대 별’들의 일은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 성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성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상한 별들에 가린 진짜 별을 복원하는 일은 요원한 일이지만, 정정숙은 끝까지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이 스타워즈에 대항한 강력한 무기임을 알고 있다. 성주의 기억을 재 발굴하고 수집하고 보관하는 일, 성주의 현재를 촘촘히 사진으로 쓰는 일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스스로 빛나는 아름다운 마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전시작 이미지

#2 정정숙. 星州 성주. 2017.

#3 정정숙. 星州 성주. 2017.

#4 정정숙. 星州 성주. 2017.

#5 정정숙. 星州 성주. 2017

#6 정정숙. 星州 성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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